웹 3.0 담론, 다시 탈중앙화를 주목해야 할 시간

웹 3.0 담론, 다시 탈중앙화를 주목해야 할 시간

카그램부영자 0 150

Summary

최근 암호화폐 가격 하락 속 웹 3.0의 잠재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짐

그러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의 특성 중 하나인 탈중앙성을 지나치게 양보하는 접근은 경계해야 함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탈중앙성을 유지하며 속도와 효율성을 강화해 나가려는 프로젝트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

 

© pixabay

 

암호화폐 가격이 몇 개월 사이 크게 떨어지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싼 열기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하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웹 3.0를 겨냥한 회의론과 거품론도 부쩍 늘었다.

연초만 해도 웹 3.0를 둘러싼 낙관론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요즘은 회의론이 좀 더 힘을 받는 분위기다. 2021년 11월 최고치를 찍었던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최근 70% 가까이 폭락했다. 2조 달러 가까운 가치가 증발했으니, 회의론이 커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웹 3.0을 둘러싼 주위 시선이 어느 한쪽으로 확 기운 것은 아니다. 회의론 비중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어도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둘러싸고 낙관론자와 회의론자 사이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웹 3.0 낙관론과 회의론의 충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싸고 2000년 초 세계 경제를 강타한 닷컴 버블에 비유하며 “거품이 꺼지더라도 유의미하게 건질 것이 있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닷컴 버블과 달리 “남는 게 전혀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보면, 블록체인 인프라 플랫폼을 제공하는 알케미의 공동 창업자 조셉 라우(Joseph Lau)는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관련 프로젝트들의 미래가 파멸을 맞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이들은 가격과 상관없이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서 블록체인을 총괄하는 스테판 카스리엘(Stephane Kasriel) 역시 “많은 기술들은 같은 과대광고 사이클을 거친다”라며 “21세기 초 웹처럼 블록체인도 사람들을 위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세상에 유용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 조사 업체 포레스터 리서치에서 신기술을 분석하는 마사 벤넷(Martha Bennett)은 초창기 웹과 지금의 웹 3.0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웹의 경우 1995년에만 해도 이메일과 각종 정보 등 많은 유틸리티들이 이미 있었지만 웹 3.0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는 세계적인 컴퓨터 보안 전문가이자 유명 저자인 브루스 슈나이어(Bruce Schneier), 컴퓨터 과학자이자 에버노트 전 CEO인 필 리빈(Phil Libin)이 암호화폐와 웹 3.0를 두고 한 쓴소리도 담겼다. 필 리빈은 암호화폐에 대해 “80%는 탐욕, 20%는 이상, 기술은 0%”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웹 3.0를 옹호하는 이들은 지금 당장 블록체인 기술이 대규모 온라인 서비스를 지원할 만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트랜잭션 처리 속도뿐만 아니라 보안, 프라이버시, 법적인 문제들까지 블록체인을 대중적인 서비스에 활용하기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지금의 단점은 근본적인 결함이 아닌 기술적인 미성숙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웹 3.0 옹호론자들의 의견이다.

탈중앙화 스토리지 네트워크인 파일 코인(FIL)을 개발하는 프로토콜 랩스의 CEO 후안 베넷(Juan Benet)은 지금의 블록체인을 초창기 클라우드 컴퓨팅과 비교해 눈길을 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1990년대부터 테크 산업 내 광범위한 관심을 받았지만, 진지한 대안으로 여겨지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탈중앙화는 장기적인 게임” 구경꾼 입장인 필자에게 웹 3.0에 실체가 “있다”, “없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것이다”, “없을 것이다”를 말할 깜냥은 없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품이 상당히 빠진 상황에서 웹 3.0가 차세대 웹으로서 디테일을 좀 더 보여줘야 할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대중성을 가진 디테일을 만들기 위해 중앙화된 요소들과 쉽게 타협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중앙화된 지금의 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셀시우스(Celsius), 쓰리애로우캐피탈(3AC·Three Arrows Capital) 등 최근 위기에 빠진 암호화폐 관련 금융 회사들은 실제로는 중앙화된 운영 방식에 기반한 곳들이다.

암호화폐를 활용해 중앙화된 금융 비즈니스를 하던 곳들이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도미노 위기에 빠져 있다. 서로 얽히고설켜 위기에 빠지는 장면들은 2008년 월가를 흔든 금융 위기를 연상케한다. 암호화폐 안팎을 모두 놀라게 한 테라와 루나 사태 역시 중앙화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필자 판단이다.

탈중앙성이 핵심인 블록체인 판에서 중앙화가 갖는 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솔직히 역설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나온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비트코인 같은 작업 증명(PoW)이 아니라 지분 증명(PoS) 합의 메커니즘에 기반하고 있다. 덕분에 빠르고 보다 쓰기 쉬운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만, 부유한 이들이 권력을 가져가 블록체인의 상징 중 하나인 탈중앙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같은 지적은 웹 3.0 담론에도 적용할 수 있다. 탈중앙성을 양보해 속도와 편의성을 강화한다고 해서 구글,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는 웹 3.0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구글, 아마존과 비슷한데 오히려 쓰기는 더 불편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을까? 아마존처럼 해서는 아마존을 이길 수 없다. 마찬가지로 웹 3.0가 중앙화된 웹 플랫폼을 대체할 잠재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핵심 키워드는 결국 탈중앙성이 아닐까 싶다.

물론 탈중앙성에 기반한다고 해서 웹 3.0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필자가 예견할 수는 없다. 쓸 수 있는 사람들만 쓰는 니치마켓에 그칠 수도 있다. 탈중앙성을 유지하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탈중앙성을 양보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은 단기적인 처방이다. 암호화폐 전문 뉴스레터인 뱅크 리스도 “탈중앙화를 희생하는 것은 단기적인 게임”이라며 “탈중앙화와 보안을 희생하지 않고 확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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